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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유게시판 혹은 회원 글 올리기가 없네요
작성일 2013-10-09 12:45:05, 박종호 조회수 232 회
연락처 010-8604-4002         이메일 : [미등록]
섬마을 여학생들의 ‘달무리’
진도 실업고등학교와 강강술래동아리

2년 동안 방과 후 연습벌레로 전국민속예술제 대통령상 수상
오후 3시가 되면 환한 달무리가 가득히 떠오른다. 하늘이 아닌 학교 운동장이다.
전교생이 200명을 겨우 넘는 시골 학교. 그것도 인문계가 아닌 실업계 고등학교다. 서울에서 가장 먼 농어촌인 진도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해마다 입학생이 줄어들어 교직원도 학생들도 의욕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희망과 의욕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성장 과정을 밟고 있다는 자괴감이 있을 뿐이었다. 재작년 초 새로 취임한 김인수 교장은 자신부터 마음을 다잡고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았다. 우선 진도사회의 특성과 문화를 살펴보았다. 진도는 섬이면서 농사를 많이 짓는다. 오래 동안 바다를 멀리하여 지역경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뒤떨어지고 도시와 너무 멀어 주민들의 경제적 삶의 변화와 역동성도 부족했다. 그래도 한 공동체로서 유난히 정이 깊은 고장이이도 하다.
진도는 그러나 예술에 관해서는 빛나는 역사와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그 중에도 민속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편이다. 진도실업고는 이미 남학생들로 ‘취타대’를 결성, 진도의 다양한 축제 행사에 단골 초청 대상이 되어 진도의 또 다른 명물로 인식되었다. 자동차학과의 학생들은 미국에서 인정받는 최고 용접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학생들이었다. 또 다른 성취동기가 필요했다. 사실 실업계 학생들은 이중고의 시련과 설움을 맛보기도 한다. 함께 공부하던 중학교 동창들이 뭍으로 고교진학을 나가고 또 다른 동료들은 인문고로 진학해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며 주위로부터 기대와 격려를 받을 때 가난한 시골부모의 적극적 배려와 성원을 받기보다는 ‘너 알아서 해라’는 우려 반 체념이 도사리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무엇엔가 집중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김인수 교장은 박병익 교사와 여러 선생님들과 의논한 끝에 진도의 민속문화를 접합한 동아리 운영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것이 바로 강강술래였다.
강강술래는 오래 전부터 전남 해안지방에서 부녀자들로 전승되어왔으며 국가에서도 중요무형문화재 8호로 지정 보존 전수를 하고 있다. 김종심 박종숙씨가 예능보유자로 활발하게 후진양성을 하고 있는 중임도 알게 되었다. 곧바로 강강술래팀을 구성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36명이 참가했다. 강강술래는 많은 인원이 필요한 민속놀이다. 정유재란 당시 울돌목에서 명량대첩을 이룰 때 민초들이 의병으로 참여하고 부녀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산기슭을 돌며 많은 병사들이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는 전술로 활용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그처럼 이 강강술래는 구성원들이 강한 유대감과 일체감이 요구된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은 힙합이니 K-팝이니 하는 것과 게임오락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을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었다. 생각대로 가입한 학생들은 학교성적이 대부분 하위그룹에 속한다고 박병익교사는 스스럼없이 밝혔다. 놀이는 결코 성적순이 될 수 없다는 진실을 믿기 때문이었다.

달무리로 들어간 바다새, 항아의 꿈을 훔치다
학생들은 의외로 연습에 몰두했다. 물론 처음엔 제대로 흥을 내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손을 잡고 건성건성 뛰어다닐 뿐 자발적인 열정과 성취동기를 유발되지 않는 상태였다. 강강술래 인간문화재인 박종숙씨와 전수자들이 매주 찾아와 학생들을 지도했다. 무엇보다 갑갑한 실내에서 벗어나 마음껏 운동장에서 뛰고 소리를 매기는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강강술래에 대한 유래와 의미를 알려주고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다 바쳐 이뤄낸 명량대첩의 원동력이 되었다는데 자부심도 생겨났다.
오늘의 글로벌시대에 무분별한 외래문화 침입을 지켜내는 또 다른 민속 문화 의병 역할이 진도실고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강강술래는 일반적으로 둥근 원을 그리며 원무(圓舞)를 추다가 흥이 나면 가운데 한 사람이 들어가 춤을 추는 남생이놀이를 비롯해서 고사리꺾기, 청어엮기, 기와밟기, 꼬리따기, 덕석말이, 문지기놀이, 실바늘꿰기 등으로 변화를 주었다. 강강술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노래하고 춤을 추어 구성지고 활기찬 한마당을 이룬다.

민속예술인들이 스타 대접을 받는 유일한 고장 ‘진도’
진도는 흔히 ‘예향’이라고 한다. 특히 진도의 다양한 민속은 무려 열 가지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있다. 진도에서는 민속예술인들이 스타대접을 받는다. 매주 토요일이면 이 작은 섬마을에도 수많은 어르신들이 향토문화회관으로 몰려 민속공연을 즐긴다.
자연스럽게 진도 학생들에게도 율동과 가락이 몸에 베이기 마련이다. 국립남도국악원이 있고 올해에는 국악고등학교가 생겼다. 그러나 진도실고는 인문고도 국악고도 아니기에 체계적인 학습이나 기량연마를 하기가 힘든 구조임이 사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고 강강술래의 다양한 놀이과정을 분석하고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9월 명량대첩축제 강강술래 경연대회에서 첫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학생들이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마침 전남도에서 주관하는 전남민속예술제 청소년부에 진도문화원의 협조를 받아 참가하기로 결정되었다. 진도 밖에서 열리는 대회에 첫 출전이었다. 여전히 학생들 간의 간격이 없어지기는 어려웠다. 어떤 학생은 가정 사정으로 아예 학교를 안 나오기도 했다. 단짝이던 한 한 학생은 시무룩해졌다. 매김 소리만 잘 나온다고 강강술래가 제대로 놀이형태를 이루지는 못한다는 것을 그들도 알게 되었다. 교사들은 더욱 분주해졌다. 일일이 간식을 챙기고 직접 가정방문을 해 부모와 학생을 설득하기를 반복했다.
사실 강강술래 연습을 하면서 방황하던 몇몇 학생들은 새로운 의욕을 갖고 성적도 올라갔다. 무엇보다 딴 생각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흔히 가을이 되면 가출의 유혹이 저절로 들기도 한다. 섬이라는 이 굴레를 당장 벗어버리고픈 청소년기의 반항심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호흡하며 땀을 흘리는 동료애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김인수교장은 물론 교사들도 의욕을 불태웠다. 동작 하나하나를 잡아주며 그들의 애로사항과 몸놀림을 주시하며 좀 더 창의적인 놀이구성을 연구했다.
마침내 지난 해 10월 전남 광양에서 열린 제38회 전남민속예술축제 청소년부 장원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저절로 전국대회에 전남대표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다.” 학생들을 고무시키고 더 일체감을 이루는데 주력했다. 이반 학생들의 응원도 높아졌다. 자기 학교의 명예이자 지역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무감도 생겼다.
어쩔 수없는 ‘섬애기들’이란 오명을 다시 받기는 싫었다. 꼴지만 하는 아이들. 해봤자 그만이라는 자책감을 땀으로 깨끗이 씻어내면서 성장을 해 나갔다. 그리고 올 해 가을. 충북 단양에서 열린 전국민속예술제 대회에 나섰다.
“욱신욱신 뛰어나보세!” 그들 마음속에 뛰는 발걸음에서 신명이 피어났다.
역시 진도는 한국 민속예맥이 최고로 빛나는 꽃을 피워내는 고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지난 10월 3일 충북 단양군. 단양생태체육공원에서 '제20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가 열렸다. 이번 민속예술제에는 전국13개 시도에서 13개 팀이 출전해 진도실고 강강술래 팀이 전남 대표로 나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반만년 역사의 민속 예술을 재현하는 최대 규모의 민속예술축제인 ‘제20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 는 개천절을 맞아 주민들에게 선을 보였다. 진도실고 학생들의 성장기에 또 다른 하늘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틀 동안 펼쳐진 이번 전국예술제에는 13개 학교가 자기 고장의 명예를 걸고 열띤 경쟁을 펼친 끝에 민속의 고장이자 전국최초 민속예술특구인 진도에 자리한 진도실고(교장 김인수) 여학생들이 작년 전남민속예술제 대상에 이어 전국대회에서도 그간의 열정적인 훈련과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진도의 오래된 미래이자 새로운 자랑거리 떠오른 진도실고 강강술래동아리
36명의 학생으로 작년 3월 창단한 진도실고 강강술래단은 작년 진도아리랑축제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지난 9월 30일 명량대첩축제에서도 수상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내 보여 진도의 또 하나 자랑거리로 자리 잡기도 했다.
현장을 끝까지 지켜본 김인수 실고 교장은 “우리 학생들은 진도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청소년들의 발랄함과 우리고장 선조들의 호국 정신이 깃든 민속놀이의 유래를 깊이 인식하고 2년간 진도문화원(원장 박정석)의 후원을 받아 한 마음으로 단합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 쾌거”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전남 해안지역에서 성행해온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강강술래’를 완전한 가창과 흥겹고 짜임새 있는 율동을 선보여 심사위원의 호평과 함께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대통령상’을 움켜쥔 것이다. 그들은 더욱 의젓해졌다. 그래도 소녀들의 수줍음과 구르는 낙엽처럼 발랄함을 숨기지 못한다.
박병익교사는 아예 눈물을 글썽거렸다. 진도실고 강강술래 팀은 학교교육과 병행하여 특히 단원들끼리 호흡을 맞추는데 서로 서로 손을 잡고 이끌어가면서 일체감을 이루며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고 특히 정유재란 당시 이충무공과 진도지역 부녀자들이 함께 해 명량대첩을 이룬 역사의 현장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잃지 않기 위해 혼신을 다해 연습에 임하여 이러한 빼어난 결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일즉다(一則多), 하나가 곧 모두가 되는 것이며 전체가 하나가 되는 이치를 그들은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체득한 듯하다. 그들의 달무리는 더 따스하게 세계 속으로 확장될 것이다.
강강술래는 그 시원성에서 자연과 인간의 융합, 살아있는 온기를 나누는데 평등성을 추구하는데 있다고 본다.
이번 대회 심사위원들도 “진도는 역시 소리의 고장처럼 뛰어난 소리와 동작의 일체감이 돋보였다. 특히 선창을 한 학생의 성량은 놀라웠다. 또 첫 출전에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리며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또한 이날 경연대회에는 재경진도실고 총동문회(회장 김완태) 임원들이 직접 대회가 열리는 충북 단양을 찾아 현수막을 걸고 후배들에게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 동문의 뜨거운 정을 나누기도 했다. 그들 또한 실업고 출신의 아픔을 후련히 털어내고 감격의 포옹을 나누었다.
“오매 내 새끼들 장하다!”
김완태 회장은 지난 6월 진도실고 모교를 방문해 자신이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똥돼지를 치며 학교생활을 했던 경험을 생생하니 들려주면서 어려울수록 더욱 용기를 내라며 격려하고 500만원의 장학금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김인수교장은 작년 육지에서 다니던 딸을 진도실고로 전학시켜 2년 만에 대학교 수시합격을 이루어 솔선하는 교육자상을 내보였으며 이를 보고 실고 재학생들은 또 다른 의욕과 용기를 얻게 되었다.
76년의 역사를 가진 진도실고는 현재 금융정보과, 정보처리과, e-비지니스과, 자동차과, 조선설비과 5개과가 설치되어 있어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흥미, 능력, 요구에 맞는 선택과 진로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무경험과 이론적 지식이 풍부한 전문교사와 최첨단 실험 · 실습장비, 교과학습전담실이 있어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계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리고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취미나 적성 계발뿐만 아니라 교과와 연계한 창조적인 기능연마와 재능계발을 위해 밤을 밝히고 있다.
2010년엔 진도실고 조선설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관용, 김민우, 김상훈, 문철민, 박종영, 정전일, 조현석 학생 등 7명 세계최고 용접사 자격을 따 화제가 되었다.
전교생이 271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시골 고등학교에서 국제 기술 용접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은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과 진도군의 지원이 한몫했다.
학생들은 박대성 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학기 중에는 매일 방과 후 밤 10시까지, 방학 중에도 매일 학교에서 기술을 연마했다.
진도실고는 2013학년부터 특성화고등학교로 선정되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의 주목을 받으며 비전 있는 전문계 고등학교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진도의 진이라는 글자는 ‘보배’라는 뜻이다. 사람이 보배인 진도! 진도실고 학생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더 빛나는 내일을 향해 힘차게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 희망과 보람의 달무리를 환하게 그려주길 바라고 또 믿는다.(박남인.namin4002@hanmail.net)